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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음반소개팅

이 밤 : Neil Young [A Letter Home]

by 즐거운 보빈씨 2018. 6. 18.




이 밤



매달리던 일이 끝났다.

과제 하나를 해결한 밤을 맞이하자. 

이중 창을 꼭 닫아 달이 움직이는 소리도 막자. 

아까 보던 책과 교제들은 잠시 치워놓자. 

마음씨 고운 친구가 건넨 모과차의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을 코끝으로 느끼며 찾는 단 하나의 영혼. 음악, 그거면 된다. 


나를 잊었냐며 예쁘게도 외치는 언니네 이발관도 좋고, 추억의 향기로 취하기 전에 술잔을 들라는 비트겐슈타인도 좋다. 

설레고 싱그럽다면 비틀즈, 밤의 기운을 이길 수 없어 야릇해진다면 끈적한 비비킹에 매달리면 된다. 

기분이 우울하다면 라디오헤드를, 더욱 깊이 우울해지고 싶다면 뮤가 적격이고, 반대로 그 기분을 떨쳐버리고 싶을 때는 마리아 칼라스가 좋다. 그리고 만일 비가 오고 있었다면 단연 포티쉐드나 메시브 어택을 선택했겠지. 


하지만 나에게는 이네들과 비교할 수 없는 귀한 자원이 있다. 나의 음악지기 김군의 Taster’s Music Choice는 타주는 대로 들어도 언제나 맛있다. 

오늘 이 밤에는 그 중에서 부틀렉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닐 영을 준비하자. 

이 지직거리며 낡고, 저 먼 데서 들리는 LP같은 CD. 

주인공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마보이 같지만 그러기엔 너무 철든 그다. 집과 고향을 마음에 주단처럼 깔고 마음의 불안이나 고민이 닥쳐도 언제나 어머니를 뿌리 삼아 성장할 준비가 되어있다. 따뜻하고 포근한 가정에서 자라나 심리가 안정된 사람에게만 나올 수 있는 감성. 

집으로… 집으로… 이 감성을 따라 집으로 왔다. 마음의 뿌리를 움켜잡은 나의 모습이 겹친다. 


사랑하는 그녀를 그리워하며 공항에 찌그러져 있기도 하고 젊은 시절의 슬픔과 불행을 멀리하라고 조언도 하는 그다. 그것도 아날로그 기타 한 대와 피아노, 하모니카, 나지막한 목소리만으로 만들어낸 아름다운 멜로디로. 

아- 나는 이런 다소곳한 자신감에 약하다. 앨범을 무한반복으로 걸어둔 채 지나간 학생시절이며, 요즘의 일상과 앞날을 길게 그리는 시간 속에 들어간다. 


마법의 순간은 밤에 자란다. 

과제를 끝낸 텅 빈 밤은 까맣게 무채색으로 물들고 모두들 깊은 잠에 고요할 때, 젊은 나는 노란 미등 아래서 모과차 한 잔 더 소리 내어 따른다.


(2014.09.18)




Neil Young 33집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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