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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음반소개팅

한 판의 게임 : Queen [The Game]

by 즐거운 보빈씨 2018. 6. 12.



한 판의 게임



VHS 비디오 테이프. 

이상하게 비디오 테이프는 그냥 물건의 이름일 뿐인데도 왠지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야릇해진다. 그리고 왠지 빨간색에다 각양각색의 포즈를 취한 볼 빨간 소녀들의 스티커가 붙어 있어야 할 것 같다. ‘풍차’라든가 ‘욕정’, ‘~했네’ 등의 오글거리고 직접적인 제목과 함께. 

우리집의 분위기는 굉장히 오픈되고 쿨해서 친구들 사이에서도 놀라움과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토요 명화’같은 영화에 남녀의 키스 장면이 나오면 그저 영화의 일부분으로 생각할 뿐 아무도 헛기침을 하거나 딴청을 부리지 않았고, <세븐>이나 <나쁜 영화>같은 당시 엄청 파격적인 영화도 부모형제 온 식구 다같이 모여서 보곤 했다. 


어느날 친구에게 VHS 비디오 테이프를 하나 빌렸다. 

친구가 빌려준 테이프도 그런 센 거(!)였으면 좋았으련만. 하지만 그 테이프는 검정색이었다. 

그리고 귀엽고 섹시한 소녀들 대신 이렇게 적혀 있었다. ‘퀸 – 웸블리 콘서트’ 


록 키드, 메탈 키드들이 결국은 이수할 수 밖에 없는 전공 필수 록스타들. 

그 중에서도 수업 만족도 만점에 아직도 학기마다 수강생으로 꽉꽉차는, 바로 퀸이다. 

70년대부터 활동했으니 몇 십 년도 넘었고, 스튜디오 앨범만 열 장 넘게 낸 록스타의 히트곡을 추릴 수는 있겠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 전설적인 음악가들이 경배를 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고 특별히 사랑 받는 몇 곡만으로는 오늘날까지 오기 힘들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악을 멜로디 위주로 듣는다고 한다. 나 역시 예외이기 힘들다. 

가끔 특정 악기 파트를 귀에 걸고 시작해봐도 어느새 보컬 위주의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리고 있다. 

퀸은 이 아름다운 멜로디라는 면에서 록 스타들 중 1등석에 앉아야 할 것이다. 목소리부터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야말로 미성(美聲)이다. 퀸의 보컬이자 피아노, 신디사이저를 담당한 프레디 머큐리는 공동 작곡 포함 팀의 절반 이상의 곡을 작곡했고 그가 만든 곡은 ‘Bohemian Rhapsody’, ‘Love of My Life’, ‘Don’t Stop Me Now’ 등 멜로디 위주의 아름다운 곡들이 대부분이다. 그 뿐인가. 부럽게도 전 멤버가 작곡이 가능해서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가 그 유명한 ‘We Will Rock You’, ‘Save Me’, 베이시스트 존 디콘이 미국 빌보드차트 1위곡 ‘Another One Bites the Dust’, 드러머 로저 테일러가 레이디 가가에게까지 영향을 준(?) ‘Radio Ga Ga’ 등 제목만 봐도 대단한 곡들을 남겼다. 분위기가 하드하거나 슬프거나 명랑하거나 박자가 빠르든 느리든 멜로디는 하나같이 아름답다.  


‘Play the Game’으로 문을 여는 [The Game]도 멜로디 천재들이 준비한 애찬가다. 박진영이 외쳤던 Game과 다른 의미였으면 하고 바라며 시작할라치면 예의 그들이 준비한 환상의 터널 입구로 들여보내진다. 머리 속 비디오 데크에서 그 때 그 비디오 테이프가 플레이된다. 낡은 옛날 화질 안의 쫄바지 프레디, 스탠드가 짧은 마이크, 미칠 듯이 많은 사람들, 함성 소리, 피아노, 친구와 침을 튀겨가며 얘기했던 놀라운 퍼포먼스... 

이 살아있는 전설 퀸의 아름다운 멜로디를 따라가며 두둥실 떠올라 한참을 노닌다. 그리고 어느덧 그들의 장엄하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프레디가, 브라이언이 터널 밖으로 밀어내듯 뿌려댄다. ‘Save Me’로 나를 구해주듯 떠나보낸다.  


이젠 가끔 퀸을 들으면 슬퍼질 때가 있다. 

간간이 신곡을 들고나오는 멋지게 늙은 할아버지인 그를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아름다운 멜로디의 [The Game]로 놀이판을 열어 주었던 프레디, 그 역시도 퀸으로서, 전설의 보컬리스트로서 멋진 게임을 하고 떠났을 것이다. 


(201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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