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그 앨범
“제대로 충격 먹은 몇 안 되는 국내 인디 앨벌들 중 한 장이 바로 검정치마 1집이었어요.”
나의 음악 지기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랜 세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섭렵해온 대중음악 평론가로서
얼마 쥐고 있지도 않던 나의 쥐꼬리 만한 음악 지식마저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린 인물이다.
그에게 충격을 줄 정도면 진짜 대단한 음반일 것이다.
충격적이었다는 그 음반의 공격에 그럼 나는 멀쩡했냐고 물어봐 준다면
‘1집보다 먼저 접했던 검정치마 2집에 나 역시 충격을 받아 정지했다’고 답하겠다.
2012년 회사 앞의 핫트랙스였다.
느긋하게 음반들을 둘러보는데 갑자기 ‘엄청나게’ 좋은 곡이 매장을 채웠다.
통기타 한 대, 건반, 베이스, 드럼, 약간의 소스만이 들어간 예쁜 음악. 멜로디가 아름답고 가사가 간단한 모던락이다.
아, 이 팀 누구지, 영국 쪽 팀 같은데 머리를 막 굴려봐도 누군지 알 수가 없다.
이런 때는 현대 문명을 얼른 이용해야 한다.
노래가 끝날새라 네이버 뮤직 음악검색을 열었다.
3, 2, 1, 땡.
검정치마, ‘International Love Song’, 한국.
나는 ‘내가 니 아빠다’를 들은 루크의 표정을 하고 매장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검정치마는 그렇게 나에게만 늦게 왔다.
역시 사람들의 귀는 비슷한 것이었다. 검정치마의 팬은 이미 굉장히 많았다.
2008년에 낸 1집으로 대중과 평단의 엄지손가락을 모두 들어올렸고, 소니뮤직으로 옮겨 발매한 2011년 2집 또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던 것이다.
조휴일이라는 재미 교포 출신의 원맨밴드가 된 검정치마. 그는 앨범의 전곡을 쓰고 노래말을 붙인다.
‘우리 누운 침대보엔 사막이 배겨 있나 봐’ – I Like Watching You 中, ‘한 마리에 두 마리 여동생에 남동생 귀엽지도 않은 것이 자꾸 생기네’ – 외아들 中 등 직접적이고 간단한 표현을 쓰는데 특별한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그리고 그랜 대디의 ‘Crystal Lake’의 경쾌 버전인 듯 상큼한 ‘Antifreeze’, 언니네 이발관이 연상되는 ‘Fling; Fig From France’, 뮤직비디오와 찰떡 궁합인 ‘젊은 우리 사랑’은 또래 젊은이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요소이지 않은가.
누굴 좋아하게 되는 데는 이유가 한두 개뿐일까.
나는 검정치마의 인기 요소에 목소리를 꼭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려하게 노래 잘하는 보컬과 사뭇 다른 스타일의 조휴일의 보컬은 시니컬하면서 말을 건네는 듯 외롭게 떨어뜨린다(‘Ariel’과 ‘앵무새’에서 잘 표현된다).
처음에 한국 가수로 전혀 생각도 못했을 만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영어 노랫말도 잘 어울린다.
3집을 기다리는 팬이 많기도 많은 검정치마.
이 다음엔 어떤 멜로디와 가사와 함께 등장할지, 하긴 가사말에 진심을 담아도 어차피 나는 못 알아들을 테지만(‘음악하는 여자’ 中).
오늘도 1, 2집을 달여먹듯 들으며 검정치마가 들려주는 세 번째 충격을 고대하고 있다.
(2014.07.05)
검정치마 1집 (2008)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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