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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19

텅 비울 수 있기를 : 장필순 ‘그리고 그 가슴 텅 비울 수 있기를’ 텅 비울 수 있기를 오늘 저녁 문자 하나를 받았다. 문자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제목없음 – 정PD님 잘 계시는지요 민망하긴 하지만 새로운 둥지에서 실력 있는 스텝들과 시작했습니다 연락 한번 주시면 찾아뵐게요 더위에 건강하세요’ 아! 누구지. 이 분이 누구인지 이제 나는 모르겠다. 전화번호가 저장이 되어 있지 않다. 언뜻 보건대 나와 한 때 친분이 꽤 있었으나 최근에는 뜸했고 방송계 직군 중에서 연출 쪽일 것이며 이 PD분이 후배들을 데리고 프로덕션을 차려서 일감을 찾으러 다니는 중인 것 정도로 짐작할 뿐이다. 이 분은 내가 이제 방송을 하지 않는지 모르는 것이다. 내가 회사를 그만둔 건 작년 10월이다. 초등학교 친구와 광안리 해변을 걷다가 문득 가족과 친구, 내 터전을 두고 어디서 행복을 찾겠다고 .. 2018. 6. 3.
'갈기'의 변천사 : 전기뱀장어 '야간비행' '갈기'의 변천사 어렸을 때 우리집 전축으로는 3가지 매체를 재생할 수 있었다. LP, CD, Tape. 당시 CD가 플레이 되는 전축은 신식으로 쳐줬다. 친구들이 놀러 와서 “우와, CD도 들어간다!”고 신기해하면서 부러워할 때 난 뒤에서 짐짓 으쓱해 하곤 했다. 어차피 마땅히 틀 CD가 없던 상황이므로 모든 음반은 Tape아니면 LP였는데, 이 LP는 한번 갈라치면 아주 조심히 집중해야 했다. 일단 지문이 묻으면 안되며 특히 판을 뒤집을 때 흠집이 나기 딱 좋기 때문이다. 그 뿐인가. 비닐 케이스에 넣기 전에 자주 생기는 무시무시한 정전기를 잡기 위해 일단 클리너로 한 번 돌려 닦고 넣어야 한다. 당시 나를 묘사하자면 온 손가락과 발가락을 동원하여 LP를 갈고 뒤집어 보겠다는 방바닥에서 부들부들 집중.. 2018. 6. 1.
봄날의 기타를 좋아하나요 : Beatles ‘Here, There and Everywhere’ / Kansas ‘Dust in the Wind’ 봄날의 기타를 좋아하나요 누가 내게 어느 음악 장르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Rock, 그 중에서도 모던락이라고 하겠다. 나는 90년대에 온통 10대를 다 보내고 2000년대를 지나며 라디오 헤드와 오아시스, 뮤즈와 함께한 전형적인 모던락 키드이다. 모던락이 좋은 이유를 다시 물어온다면 나는 일단 멜로디가 아름답고 슬퍼서라고 답하겠다. 이 느낌의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보컬의 음색이나 멜로디가 기여하지만 기타의 순위도 그 다음일 수가 없다. 울림통을 직접 통해서든 엠프를 통해서든 장르를 떠나 슬프고 힘든 혼돈의 감정이나 사랑스럽고 희망적인 느낌의 대부분은 기타가 준다고 믿는다. (물론 레드 핫 칠리 페퍼스 플리의 베이스나 스매싱 펌킨스의 지미 챔벌린의 드럼은 정말 특별하다) 아래 두 곡은 기타 선율의 찰랑.. 2018. 5. 31.
Permspread : 9와 숫자들 '눈물바람' Permspread 밀레니엄 바람이 가시지 않은 어느 해 겨울, 바라던 대학생활이 시작 되었다. 20살의 무지한 설렘이 술에 취해 흔들리던 어느 날 저녁, 같은 테이블에 앉은 염색머리 우리과 남학생은 갑자기 약속이 있다며 나선다. “드럼을 친다고?”“응, 화 목에 합주를 해.”"나도 가보고 싶어." 합주실은 작았다. 팀의 멤버들은 나이가 많은 타 학교 학생이다. 베이스를 맡은 얼굴 하얀 언니는 착하면서 특이한 인물이었고, 오빠 소리 싫다며 선배 호칭을 주문한 리드 기타는 자기 과가 싫은지 “개지랄 컴공”을 달고 입에 다니며, 보컬이자 세컨드 기타 선배는 서태지를 닮은 외모에 손수건을 활용한 패션을 좋아했다. 다들 브릿팝 광이었다. 라디오헤드와 스매싱 펌킨스를 비롯한 90년대 모던락에 흠뻑 빠져 있었다. .. 2018.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