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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음반소개팅

Permspread : 9와 숫자들 '눈물바람'

by 보빈씨 2018. 5. 30.



Permspread



밀레니엄 바람이 가시지 않은 어느 해 겨울, 바라던 대학생활이 시작 되었다. 

20살의 무지한 설렘이 술에 취해 흔들리던 어느 날 저녁, 

같은 테이블에 앉은 염색머리 우리과 남학생은 갑자기 약속이 있다며 나선다. 


“드럼을 친다고?”

“응, 화 목에 합주를 해.”

"나도 가보고 싶어."


합주실은 작았다. 

팀의 멤버들은 나이가 많은 타 학교 학생이다. 

베이스를 맡은 얼굴 하얀 언니는 착하면서 특이한 인물이었고, 

오빠 소리 싫다며 선배 호칭을 주문한 리드 기타는 자기 과가 싫은지 “개지랄 컴공”을 달고 입에 다니며, 

보컬이자 세컨드 기타 선배는 서태지를 닮은 외모에 손수건을 활용한 패션을 좋아했다. 


다들 브릿팝 광이었다. 

라디오헤드와 스매싱 펌킨스를 비롯한 90년대 모던락에 흠뻑 빠져 있었다. 

본 조비, 건즈 앤 로지스만이 최고의 음악인 줄 알았던 나는 이 충격적으로 좋은 음악에 완전히 빠졌다.  


말도 안 될 영단어를 조합한 Permspread라는 이름과 함께 

매주 2번의 합주와 여러 번의 작은 공연을 이루어냈다. 


우리는 행복했다. 

꿈을 꾸는 듯한 날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가끔은 연주를 하지 않는 제 5의 멤버인 내게 기타와 피아노를 배워볼 것을 권유도 했다. 

하지만 그때 나는 해묵은 잘못된 고집이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것과 음악시험에 100점을 받아내는 것은 다른 것이라고. 

기타 소리를 좋아하는 것과 그걸 연주해내는 것은 다른 것이라고. 

 

즐거운 시간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해가 지나면 달력이 바뀌어 걸리듯 

영원할 줄 알았던 우리도 바뀌어 버렸고, 

해소되지 않은 서로에 대한 오해로 편을 갈라 멀어져 갔다.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애타는 시간만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해 일요일 아침, 

내 잠을 깨운 전화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두 번 다시 한 자리에 모이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를 떠나 보낸 보컬을 기리는 빈소가 아니었다면 

예전처럼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울어버릴 거예요 난

아니 나는 제정신을 잃고 울었다


이유는 묻지 마요

아니 제발 이유를 물어줘요 우리는 왜 그랬나요 





따뜻한 부산의 새벽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2014년. 

각자의 하늘에서 잘 지내고 있을까. 

그들도 나처럼 그 때의 우리를 생각하며 함빡히 눈이 젖었을까. 


(201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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