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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음반소개팅

바람이 불면 : 생각의 여름 [생각의 여름]

by 보빈씨 2018. 6. 7.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분다 /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 애타게 사라져간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의 가사 일부분이다. 

2004년 발표된 이 곡의 노래말과 황량한 분위기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을 텅 비게 했을 것이다. 

MBC <나는 가수다>의 첫 방송에서 이 노래를 부르던 이소라를 보며 

2005년 여름, 정처 없던 나날의 밤바람을 떠올렸다. 

내 마음에도 허무한 바람이 불었다.  


생각의 여름이라는 인디 가수를 접했있다. 

어느 청년의 담백한 목소리로 주욱 읽어주는 잔잔한 통기타 감성. 2분의 시간이 넘을 새라 짧게 읊조리고 입을 닫아버린다.


‘비가 내리네 젖은 꽃들이 떨어지네… / 그래서 아물지 못하는 나의 손 끝은’ – ‘덧’ 中

‘기억에 없는 시절 / 어귀 노란 새 노랗게 팔뚝에 앉아 / 하나 남은 맥박을 꺼내 물고 날았지’ – ‘허구’ 中


슬픈 황량함을 불러낸다. 

슬픔이라면 신물 나게 닳아 없어질 때까지 만지작거렸건만 이상하게 중독성이 있다. 이 슬품은 바람이다. 


‘내 한숨이 얕아서 마음을 다 쓸어내지 못했네 / 내 한숨이 얕아서 바람을 먼 데서 기다렸었네’ – ‘그래서’ 中

‘막다른 골목 바람 / 불어와 흩어진 맘 / 추스를 틈도 없이 / 또 다시 바람 / 숨이 막힐 듯 바람 / 산산이 흩어진 맘 / 추스를 틈도 없이 / 또 다시 바람 / 세차게 바람’ – ‘골목바람’ 中


그 놈의 바람! 

루시드 폴이 그렇게 궁금해했듯이 도대체 바람은 어디에서 부는지 덧문을 아무리 닫아보아도 창을 닫아보아도 막을 수가 없는 것이다. 

황량하고 쓸쓸한 이 바람이란 놈은 길거리에서도 골목에도 그리고 마음 속에도 

아주 작은 틈에도 비집고 들어와 서늘하게 식혀버리고야 마는 것이다. 


내 마음은 오랫동안 골다공증을 앓고 있어서 조금만 소홀하면 바람이 휭휭 들어온다. 

내 마음의 구멍을 채워주는 이 노래들이 있기에 감사하다. 

그렇지 않았으면 금방 부서져버렸을 것이다. 추스를 틈도 없이 말이다.


(2014.07.03)




             
생각의 여름 3집(2016)      생각의 여름 EP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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